햄말이? 햄밥?
어쨌거나 오늘 아침 개발한 신종음식이얌
아들냄 수학여행 가는데, 점심 급식을 안준다네 !
참, 누구 맘대로 밥을안줘?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싸야할 형편. 아들녀석은 베이컨말이를 해달라는데... 난, 그런 음식은 듣도 보도 못했지모야.
그래서, 도대체 어떠한 음식인고? 물었더니, 밥을 베이컨에 싸서 돌돌 말아 먹는거라더군.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었지. 그래서 김밥의 천국에서 사온 김밥을 넣어주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엄마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엄마표 도시락을 만들어주마, 생각한거지. 이때만 해도 내가 뭘 몰랐던거야.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이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더군. 밤늦게 마트 가서 갖은 재료를 사왔는데, 이게 재료부터 잘못된 것이야.
아들은 분명 베이컨이라고 말했건만, 내가 사온 것은 햄이었어. 샌드위치용 햄!
대한민국 특수부대 중2 대대 소속인 아들 녀석이 햄과 베이컨도 구별 못하냐며, 아주 한심한 눈빛으로 지를 낳아준 어미를 쳐다보더군.
생각같아서는 한 대 갈겨주고 싶었지만, 마음 속으로 '참을 인' 자 세 번 외치고, 태연하게 말했지.
아들아, 노 프라블럼!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 법, 햄으로 베이컨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마!
아...아...아...
그러나 햄은 베이컨이 될 수 없는 것이었어.
새벽 4시에 일어나 한 솥 가득 밥을 지어, 눈물 콧물 찍어가며 햄에 밥을 말고, 청도 미나리로 살짝 묶어주며 부산을 떨었건만,
ㅆ ㅂ ...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을 쳐다본 아들넘 왈,
밥이 왜 이케 커!
몰랐다네, 몰랐다네, 진정 몰랐다네.
베이컨말이라는 것이 밥을 코딱지맨쿠로 쪼끔씩 넣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면 조심성이라도 있던가! 딱 먹을만큼만 만들면 오죽 좋아. 한 솥이나 되는 밥에 단촛물 양념을 하는 바람에 밥 한 솥을 다 말았네.
덕분에 예은이, 남편까지 오늘 아침 메뉴는 햄말이가 되었지 뭐야.
그래도 남아서 도시락까지 싸와야 했다는 것...
오늘 점심값 굳었다.
내, 점심값 3천원 아껴서 빌딩 사는 기적을 여러 벗님들께 보여드리리다.
그나저나, 저 요상한 국적불명의 밥을 어떻게 먹나?
에벌레랜드에서 미친듯이 뛰어댕기고 있을 중2 야!
엄마도 너를 그리며, 너와 같은 밥을 먹었다는 것만 알아주렴...........